고사성어
[ 월하노인 - 月下老人]
우암
2024. 12. 12. 00:03
( 달 월 / 아래 하 / 늙을 노 / 사람 인 )
남녀의 인연을 맺어 주는 사람. 중매쟁이를 말한다.
< 출 전 > 태평광기

"월하노인"은 달 아래 늙은이란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달빛을 구경하는 노인의 뜻이 아니라, 인간 세계의 부부의 인연을 맺어주는 저승의 노인을 말한다. 그래서 중매를 서는 사람을 "월하노인'이라 부르기도 하고, 이를 약해서 "월노(月老)"라고도 한다. 이 밖에 월하노인의 전설과 "얼음 밑에 있는 사람(氷下人)의 전설이 합쳐진 "월하빙인(月下氷人)"이란 말도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월하노인"은 <태평광기>에 수록된 정혼점(定婚店)" 전설에서 나온 문자다. "정혼점" 전설은 다음과 같다.
장안 근처 두릉(杜陵)이란 곳에 사는 위고(韋固)가 송성(宋城) 남쪽 마을에 묵고 있을 때 일이다. 어떤 사람이 혼담을 청해 와서, 이튿날 새벽 마을 뒤쪽에 있는 용흥사(龍興寺) 문 앞에서 만나 상의하기로 했다.
일찍이 양친을 잃고 장가를 들고 싶어도 말해 주는 사람이 없어 따분했던 위고는 날이 밝기도 전에 미리 절 앞으로 나갔다.
문 앞에 이르자, 약속한 사람은 아직 와 있지 않고 웬 노인이 돌계단에서 베자루에 기대고 앉아 달빛을 빌어 책을 읽고 있었다.
" 무슨 책 입니까?" 하고 묻자 노인은 웃으며,
"이건 이 세상 책이 아니야"하고 대답했다.
" 그럼 저 세상 책인가요?"
" 그렇지"
" 그럼 노인장께서는 저 세상 분이신가요?" 그렇다면 어떻게 여기를 - - - -"
" 저 세상에서 소임을 맡고 있는 사람은 모두 이 세상을 다스려야만 하거든. 그러려면 자연 이 세상으로 나와야 하지 않겠나. 지금 이 시각에 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저 세상 사람들이지. 다만 이 세상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것뿐이지 "
" 그럼 노인장께서 맡으신 일은 무엇이온지?"
" 나는 이 세상 사람들의 남녀 간에 인연을 맺어 주는 사람일세"
" 그럼 마침 잘 됐군요. 실은 제가 이리로 나오게 된 것도 혼담 때문인데, 그 일이 잘 될는지요?"
" 자네 아내 될 사람은 이제 세 살이니, 아직 15년은 있어야 장가를 들 수 있어"
" 네? 그런데 그 자루 속에 든 것은 무엇인가요?"
" 붉은 끈일세. 부부가 될 사람의 발을 서로 붙들어 매기 위한 거지. 사람이 태어나면 이 실로 매어 두는 걸세. 그러면 아무리 상대가 원수지간이든, 신분의 차이가 있든, 몇 천 리를 떨어져 있든 반드시 만나 살게 되는 걸세. 자네도 그 세 살 먹은 여아와 맺어져 있으므로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려 해도 다 소용이 없는 일일세"
" 그럼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 마을 북쪽에서 채소 장사를 하고 있는 진(陳)이란 노파의 딸일세"
" 만나 볼 수 있을까요?"
" 늘 시장에 안고 나와 있으니까 만나 볼 수 있지. 소원이라면 따라오게. 내가 가르쳐 줄 테니"
그럭저럭 날이 밝았는데, 약속한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노인은 자루를 메고 일어나 가려했다. 급히 노인을 따라가 보았더니, 노인은 한쪽 눈이 먼 늙은 여자 품에 안겨 있는 계집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 이 애가 자네 배필일세"
" 저걸 언제 키워서! 차라리 죽여 없애 버리리라"
위고는 무심중 말해 버렸다.
" 죽이다니! 그 아이는 장차 아들 덕에 봉록까지 받게 되어 있는데"
노인은 이 말을 남기고는 홀연히 모습을 감추어 버리고 말았다.
" 기가 차군. 누가 저런 거지 딸에게 장가를 든담"
위고는 하인에게 비수와 상금을 주고는 그 어린애를 죽이고 오라고 시켰다. 그러나 하인은 가슴을 찌른다는 것이 칼이 빗나가 두 눈썹 사이를 찌르고 말았다고 돌아와 고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나 위고는 상주(相州)의 관리가 되었다. 영리한 그는 주장관의 신임을 얻어 그의 딸을 아내로 맞게 되었다. 그녀는 열일곱 한창 피어나는 고운 얼굴이었는데, 꽃 모양의 종이를 두 눈썹 사이에 붙이고 있었다.
1년이 훨씬 지난 어느 날, 위고는 문득 옛날 일이 기억에 되살아 났다. 혹시나 하고 다그쳐 까닭을 물었더니, 아내는 울며 사실을 말했다.
" 저는 실은 장관의 친딸이 아니고 수양딸 이었습니다. 제 친아버지는 송성현 원으로 있을 때 돌아 가시고, 그 뒤 어머니도 오빠도 죽고 없어 진(陳)이란 노파 손에서 자라났습니다. 제 나이 세 살 때 시장에서 괴한의 칼을 맞았는데, 그때의 상처가 남아 이렇게 가리고 있는 것입니다."
" 그 진 노파는 한쪽 눈이 멀지 않았던가?"
" 그렇습니다. 그걸 어떻게 - - - -"
" 그대를 찌르게 한 것은 바로 나였소" 하고 그는 지난 일을 자세히 이야기 해 주었다.
그 뒤로 두 부부는 한결 정답게 살게 되었는데, 그들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뒤에 안문군(雁門郡) 태수가 되고, 어머니는 태원군 태부인이란 작호를 받았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들은 송성현 현령이 그 마을을 "정혼점" 이라고 고쳐 부르게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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