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현종 때 곽원진이란 사람이 있었다. 어느 해 과거시험에 응시했다가 낙방하고 실망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날은 저물고 인가는 보이지 않자 산속을 헤매다가 마침 헐어빠진 사당 한 채를 발견했다.
다행이다 생각하며 사당으로 다가가자, 난데없는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뛰어 들어가 보니 신부 옷차림을 한 젊은 여자가 한구석에서 울고 있었다.
하도 이상해서 곽원진이 곡절을 묻자, 여자가 입을 열었다.
"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나타나는 괴물이 살고 있는데, 새까맣고 흉측하게 생겨서 사람들은 "오장군"이라고 부른답니다. 마을에서는 그 괴물이 등살에 견디다 못해 아름다운 처녀를 한 사람 뽑아 괴물한테 시집을 보내서 달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제가 뽑히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슬프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서 울고 있습니다."
곽원진은 끓어오르는 의분을 참을 수 없었다.
" 걱정 마시오. 내가 아가씨를 구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그 괴물은 언제 나타납니까?"
" 한밤중 자정에 나타난다고 합니다."
곽원진은 여자의 신부복을 자기가 입고 여자는 숨어 있도록 한 다음 괴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자정 무렵이 되자 과연 괴물이 바람처럼 나타났다. 괴물은 신부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순간 곽원진은 숨기고 있던 칼로 괴물의 팔목을 내리쳤다. 깜짝 놀란 괴물은 소름 끼치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 버렸다.
마침내 날이 밝자 마을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처녀가 무사한 것을 보고 모두 기뻐했는데, 구석 쪽에 떨어져 있는 괴물의 한쪽 팔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그것은 커다란 돼지 앞발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손에 낫과 곡괭이 등 닥치는 대로 무기를 들고 핏자국을 따라 괴물을 추적했다. 그러다 보니 깊은 산속에 있는 낡은 사당에 다다르게 되었다. 조심조심 안으로 들어가 봤더니, 앞다리 하나가 없는 커다란 돼지기 죽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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