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시대 완부(阮孚)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부친은 바로 죽림칠현의 한 사람인 완함(阮咸)이었다. 완부 역시 그의 부친처럼 안목이 높고 방탕한 사람으로 권세를 초개와 같이 여겼지만, 지배층들과 대립하지는 않고 다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물욕이 없어 재산도 모으지 않아 살림은 몹시 구차하였다.
진 원제 때와 명제 때 모두 벼슬을 내렸지만 그는 이름만 걸어 놓은 채 늘 술로 소일하였다.
어느 날, 그가 회계(會稽)라는 고장을 유람했는데, 손에 검은 가방을 들고 다녔다. 이것을 본 어떤 사람이 무엇인가 묻자 완부는 " 내 돈지갑인데 빈 것입니다. 한 푼도 없으니 돈지갑이 부끄러워할 것 같아 돈 한 푼 넣었지요 ( 但有一錢守囊 恐其羞澁 )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야항시화(夜航詩話)>에 보면 남송 때 정앙이라는 사람이 소식의 이름을 빌려 <노두사실(老杜事實)>이라는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책은 당(唐) 나라 때 두보의 시와 관련된 여러 사실들을 정리해 놓은 것인데, 근거 없이 만든 이야기가 무척 많다는 것이다.
두보가 지은 빈 주머니란 뜻의 "공낭(空囊)"이라는 시에도 "주머니가 비면 부끄러울까 봐 한 푼을 넣어 본다네 ( 囊空恐羞澁 留得一錢看 )"라는 구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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