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정(鄭) 나라의 재상 자피(子皮)는 젊은 관리 윤하(尹何)로 하여금 자기 영지를 맡기려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윤하가 너무 젊고 경험 또한 짧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자피의 보좌역인 자산(子産)이 말했다.
" 그 사람은 너무 젊어서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아직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피가 말했다.
" 그는 성실하므로 내가 좋아한다. 나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대부를 시키지 않으면 앞으로 배울 기회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산은 다시 한번 이렇게 말했다.
"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누구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그에게 이익이 되도록 애를 씁니다. 하지만 그것은 도리어 그를 못쓰게 이익이 되도록 애를 씁니다. 하지만 그것은 도리어 그를 못쓰게 만드는 결과가 됩니다. 서툰 사람에게 고기를 썰게 하여 손가락을 베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 여기에 고운 천이 있습니다. 대감께서는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연습 삼아 재단을 시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고운 천보다 훨씬 더 중요 합니다. 고운 천을 생무지에게 맡기지 않는 이상으로 경험 없는 사람에게 이 일을 시키면 안 됩니다.
사냥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마차를 몰 줄 모르고 활 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들짐승을 잡겠습니까? 아마 짐승도 잡기 전에 마차가 전복될 것입니다. 나라의 일도 마찬가지 입니다. 먼저 배우게 한 다음 일을 시키면 못할 리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하면 반드시 나라에 큰 손해를 끼칠 것입니다."
자피가 깨달은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소. 옷가지 조차 마를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데, 대관이나 대도시를 생무지에게 맡기려 한 것은 어리석은 생각 이었소. 만일 그대가 주의를 주지 않았더라면 나의 어리석음이 묻혀 버릴 뻔하였소. 나라의 일은 당신에게 맡기고 집안일을 내가 보아 왔는데, 앞으로는 집안 일도 당신의 말을 듣겠소"
그러자 자산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 사람의 얼굴이 다르듯, 마음도 같지가 않습니다.( 人心之不同如其面焉 ). 내가 어떻게 대감을 대신할 수가 있겠습니까? 다만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당연히 찾아와서 보고할 따름입니다."
자피는 진심으로 칭찬하고, 나라일의 적임자라 생각하여 그를 재상으로 삼았다. 자산은 정치를 담당하여 정나라를 부강하게 하였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