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재주나 능력이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도구에 구애받지 않고 실력을 보인다는 말이다.
< 출 전 > 당서(唐書) 구양순전(歐陽詢傳)
당나라 초기 3대 명필인 구양순(歐陽詢). 우세남(虞世南). 저수량(楮遂良)은 해서(楷書)의 완성자로서 그 글씨는 오늘날도 후학들에게 최고의 규범이 되어 있다. 세 사람은 다 같이 천하 명필로 알려진 진나라 왕희지(王羲之)의 글씨를 배워, 구양순은 엄정(嚴整), 우세남은 온아(溫雅), 저수량은 완미(婉美). 이렇게 각각 그들 독자의 경지를 개척했고, 왕희지의 글씨를 지나칠 정도로 사랑한 당태종의 글씨를 가르치는 스승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구양순은 솔경체(率更體)로 유명했으며, 아들인 구양통(歐陽通)과 더불어 대소구양체(大小歐陽體)로 명망이 높았다. 그는 글씨를 쓸데 붓이나 종이를 가리지 않았다.
세 사람 중 가장 나이 어린 저수량은 당태종의 건국 공신인 위징(魏徵)의 추천에 의해 우세남의 후게자가 된 사람이었는데, 그가 한 번은 선배인 우세남에게 글씨에 대해 물은 일이 있었다.
" 저의 글씨를 지영(智英) 선생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입니까?" 지영은 우세남에게 배운 선사(禪師)이다.
" 지영 선생의 글씨는 글자 한 자에 5만 냥을 내도 좋다는 사람이 있지만 자네는 아무래도 안 될 거야."
" 그럼 구양순 선생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 내가 듣기에, 구양순은 종이와 붓을 가리지 않고, 어떤 종이에 어떤 붓을 가지고 쓰든 다 자기 뜻대로 되었다고 한다.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느냐. ( 吾聞 詢不擇紙筆 皆得如志 君豈得此 ) "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넌 아직 손과 붓이 굳어 있다. 그것만 없애면 크게 성공할 것이다.
요컨대 그림이나 글씨라도 진정한 달인은 종이나 붓 같은 재료나 도구에는 트집을 잡지 않는다. 그런 것에 구애되어서는 진짜라고 볼 수 없다. 구양순이 종이와 붓을 가리지 않았다는 불택지필(不擇紙筆)이란 말이 변해서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이란 말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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