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낫는 데는 기술보다는 낫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심신의 안정과 휴식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써, 의술이 깊은 진리는 마음으로 스스로 깨닫는 것이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 출 전 > 후한서 (後漢書)
후한시대 곽옥(郭玉)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화제(和帝, 제위 89~105) 때 태의승(太醫丞)을 지냈다. 의사로서는 최고의 관직이다.
곽옥은 대대로 글을 읽으면서 밥은 굶지 않을 정도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열다섯 살 된 곽옥은 심성이 착하고 천성이 인후하여 그의 부친은 곽옥이 대부대귀(大富大貴) 한 것은 원치 않고 고향에서 평범한 의사가 되어 질병으로 고통받는 불쌍한 백성들을 치료해 주는 인술을 배우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곽옥의 부친은 곽옥을 데리고 당시 명의 정고(程高)에게 데려갔다. 아들이 장래 인술을 펼칠 수 있는 의사가 되는 것을 희망한다고 정고에게 말했으며 자기 아들 곽옥에게 의술을 가르쳐 달라고 간청했다.
정고는 곽옥의 심지가 선량하고 천자총명하며 의학 분야에 대하여 비상한 관심이 있어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하므로 확실히 자신의 의술을 전수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제자라고 믿고 의술을 가르쳐 마침내 의사로서는 최고의 관직인 태의승에 오르게 까지 되었다.
어느날 화제가 곽옥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곽옥이, 자신의 여항( 閭巷 :서민이 모여 사는 마을)에 있을 때는 치료에 자신이 있고 그 효과도 신속했는데, 귀인(貴人)들을 치료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치료되는 비율이 낮아졌다는 고백을 하였다. 화제가 그 이유를 묻자 곽옥은 이렇게 말했다.
" 의술(醫術)을 말로 표현하자면 의(意)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귀인을 진료하는데 있어 그들(고관대작들)은 높고 귀한 위치에서 의사를 대하고, 의사 또한 두려운 마음을 품고서 귀인을 받들어야 하는 상태로 치료에 임하게 됩니다. 그들을 치료하기 어려운 네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귀인이 의사를 믿지 않는 것이 하나요, 귀인들이 스스로 몸가짐을 삼가지 않는 것이 둘이요, 몸을 움직이는 일이 적어 신체가 약해져서 약력(藥力)이 센 약물을 사용하기가 어려운 것이 셋이요, 몸이 편한 것만 찾고 몸을 움직여 힘쓰는 것은 싫어하는 것이 네 번째의 어려움 입니다.
또 의사가 침(鍼)을 시술하려고 할 때 환자의 몸과 기(氣)의 흐름에 집중해야 할 텐데, 귀인을 잘 치료해야 한다는 강박감은 오히려 두려움이 되어 무겁게 누르고, 여기에 절제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의지가 더하여, 심리적인 부담감이 커지게 되므로 의사가 자신의 뜻(意)대로 다하지 못하게 되니, 결과적으로 그 병이 낫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의사에게 환자의 병이란 그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동일한 텐데, 병이 아닌 환자의 환경 때문에 치료에 집중하는데 방해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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