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묘편시 - 掘墓鞭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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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묘편시 - 掘墓鞭屍 ]

고사성어

by 우암 2022. 3. 3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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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낼 굴 / 무덤 묘 / 채찍 편 / 주검 시 )

" 묘를 파내어 시체에 채찍질을 하다"는 뜻으로 통쾌한 복수나 지나친 행동을 비유하는 말이다.

< 출 전 > 사기(史記)  오자서열전(伍子胥列傳) 

간신의 농간으로 충신을 역적으로 몰아 오자서의 아버지와 형을 죽인 초나라 평왕(平王)이 죽은 뒤 오자서에 의해 그의 무덤이 파헤쳐지고 시체가 채찍질을 받게 되었다.  아무튼 신하로서 임금의 무덤을 파서 그 시체에 매질을 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오자서는 이름을 원(員)이라 했다. 자서는 그의 자(字)다. 오자서의 아버지 오사(伍奢)는 초평왕의 태자 건(建)의 태부로 충신이었는데, 같은 태자 건의 소부(少傅)였던 비무기(費無忌)의 음모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오사를 죽이는 데 성공한 비무기는 다시 평왕을 시켜 오사의 아들 오상(伍尙)과 자서를 죽일 음모를 꾸민다. 그러나 오상만이 아버지를 따라 죽고 자서는 그 음모를 미리 알고 망명길을 떠나게 된다.

  왕은 오자서를 잡기 위해 전국에 영을 내려 길목을 지키게 하고, 거리마다 오자서의 화상을 그려 붙이고 많은 현상금과 무시무시한 형벌로 아무도 오자서를 숨겨주지 못하게 했다. 오자서는 키가 열 자에 허리가 두 아름이나 되었고, 쟁반만 한 얼굴에 두 눈은 샛별처럼 빛나고 있었기 때문에 변장으로 사람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는 낮에는 산속에 숨고 밤에만 오솔길을 찾아 도망을 해야 했다.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오나라로 망명한 오자서는 마침내 뜻을 이루어 오나라의 강한 군사를 거느리고 초나라로 쳐들어 가게 되었다. 초나라는 여지없이 패하게 되어 수도가 오나라 군사 손에 떨어지고, 평왕은 이미 죽고 그의 아들 소왕(昭王)은 태후와 왕비마저 버린 채 간신히 난을 피해 도망을 치게 된다.

 소왕을 놓쳐버린 오자서는 평왕의 무덤을 찾았다. 그러나 평왕은 오자서의 복수가 두려워 그의 무덤을 깊은 못 속에 만들고, 일을 다 끝낸 뒤 일에 동원된 석공 5백 명을 모조리 물속에 수장시켜 버렸다. 수십 리에 걸친 못에는 물만 출렁거릴 뿐 어느 곳에 묻혀 있는지 위치마저 짐작할 길이 없었다.

 

 오자서는 죽은 아버지와 형, 그리고 자신이 망명해 나올 때 겪은 고초 등을 생각하며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을 내쉬며 몇몇 날을 두고 못 둑을 오르내렸다. 그렇게 애쓰며 전전긍긍하던 어느 날 저녁 무렵, 백발이 성성한 한 늙은이가 오자서의 앞으로 다가오며 이렇게 물었다.

 

 '장군은 선왕의 충신 오태부의 아들 자서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만, 노인은 누구시오?' 노인은 묻는 말에는 대답을 않고,

 '장군은 지금 죽은 평왕의 시체가 묻힌 곳을 찾고 있지 않습니까?'하고 물었다. 반가워서 다그쳐 묻는 자서의 말에 노인이 대답했다.

 '시체가 묻힌 곳은 내가 알고 있습니다. 나는 무덤을 만들기 위해 징발되어 온 5백 명의 석공 중 한 사람입니다.  5백 명이 다 물속에서 죽고 나만이 어떻게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장군의 복수도 복수지만, 나도 장군의 힘을 빌려 억울하게 죽은 내 동지들의 원수를 갚으려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이튿날, 노인이 지시에 따라 장롱 같은 돌로 만들어진 물속의 무덤을 하나하나 뜯어내기 시작했다. 못 바닥 몇 길 밑에 들어 있는 돌무덤을 열고 엄청나게 무거운 석곽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그 속에서 평왕의 시체는 볼 수 없었다.

 그것은 사람의 눈을 속이기 위한 가짜 널이었다. 다시 한 길을 파내려가니 진짜 널이 나왔다. 수은으로 채워진 널 속에 들어 있는 평왕의 시체는 살아 있을 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순간 오자서의 복수심은 화약처럼 폭발했다. 왼손으로 평왕의 목을 조르고 무릎으로 그의 배를 누른 다음 오른 손가락으로 그의 눈을 잡아 뽑으며,

 '충신과 간신을 구별 못하는 네놈의 눈을 뽑아  버리겠다.....'하고 욕을 했다. 그리고는 그의 아홉 마디 철장(鐵杖)으로 시체를 옆에 뉘어 놓고 3백 대를 쳤다. 뼈와 살이 흙과 함께 뒤범벅이 되었다.

 

 오자서의 친구 신포서(申包胥)는 이 소식을 듣자, 사람을 보내 오자서에게 이렇게 일렀다.

 '그대의 그런 복수가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그 말에 오자서도 할 말이 없었든지 이렇게 전해 보냈다. 

 ' 나는 날이 저물고 길이 멀어서, 그렇기 때문에 거꾸로 걸으며 거꾸로 일을 했다.                                 (吾日暮途遠  吾故倒行而逆施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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