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말기에 황소(黃巢)의 난이 일어나자 천하는 극도로 어지러워져 마침내 10세기 말, 당나라가 망하고, 군벌들에 의한 이른바 오대(五代)의 시대가 계속된다. 오대는 후오대(後五代) 혹은 오계(五系)라고도 하는데, 당과 송 사이에 53년 동안에 양. 당. 진. 한. 주 (梁, 唐, 晉, 漢, 周) 다섯 왕조가 번갈아 일어난다.
이들 나라에는 후(後) 자를 붙여 구별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동안 각 지방에는 당나라 때 절도사였던 군벌의 후예들이 무시 못할 세력을 유지하고, 중앙에 새로 등장한 제국에 추종을 하면서 독립된 왕국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때의 임금이란 도적 떼 출신이 아니면 무력을 갖춘 장군이거나 이민족이었다. 그런 와중에 큰 나라는 고작 몇십 년 정도 유지하다가 망하곤 했고, 약소국들은 연이어 건국되는 대국의 보호를 받으며 명맥을 유지하였다.
형남(荊南) 역시 이와 같은 약소국의 일원이었다. 개조(開祖)인 고게흥(高系興)은 주전충(朱全忠)이 후량(後梁)의 태조에 오르자 형남 절도사에 임명되었다. 그 뒤 섬기는 나라가 망할 때마다 형남의 군주들은 표변을 거듭해서 그때마다 무사히 나라를 유지하였다. 2대 종회는 후당(後唐)을 섬겼고, 3대 보융은 후주(後周)를 , 4대 보욱은 송(宋)을 섬겼던 것이다.
바로 보욱 때의 일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인 고종회의 편애를 받고 자라 누가 뭐라고 해도 싱글벙글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더니 그가 정권을 물려받자 정치와 외교는 등한시한 채 오직 향락과 주색잡기에만 몰두했다. 이런 과정에서 정치는 썩을 대로 썩어 들어갔고, 마침내 모든 실권은 송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결국 형남은 송나라 건덕(乾德) 원년(963)에 멸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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