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께서는 참 이상하십니다. 세상사람 누구나 바라는 바를 어째서 임금께서는 마다하시는 것입니까 "
" 자식이 많으면 걱정거리가 끓이지 않고, 부자가 되면 그 때문에 골치가 이프며, 장수하게 되면 욕된 꼴을 많이 겪게 되는 법이라네. 요컨대 그 세 가지는 무위(無爲)의 참된 덕에 이르는 데 장애가 되거든. 내가 그대의 축원을 사양하는 것은 그 때문일세 "
요임금의 말에 국경 수비장은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
" 매우 외람된 말 입니다만, 소인은 여태까지 임금님을 성인인 줄 알았으나 실제로 뵈오니 군자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하늘이 사람을 태어나게 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반드시 직무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자식이 많더라도 각자 직무를 타고나 그것으로 먹고 살게 되는데 무슨 쓸데없는 걱정이십니까?
또, 부자가 되더라도 먹고 남는 것을 만민에게 나누어 주면 됩니다. 그게 뭐 그리 귀찮고 골치 아픈 일이란 말입니까?
요컨대 성인은 거처가 일정하지 않으며 자취도 남기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도가 베풀어지는 세상에서는 자기 혼자만의 덕을 닦으며 조용히 산다고 하지요. 그렇게 천 년을 살다가 세상이 싫어지면 속세를 버려 선경(仙 境)에 올라가고, 흰 구름을 타고서 하느님의 이상향(理想鄕)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렇듯 장수와 부유함과 자식 많음이 전혀 수고스럽지 않고 몸에 아무런 해가 되지도 않는데 무슨 걱정에다 골칫거리고 욕이 된다는 것입니까?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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