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을 위한 일을 잘 꾸민다"라는 뜻으로, 제 속셈을 잘 차리는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 출 전 > 남제서(南齊書). 왕승건전(王僧虔傳)
남제 사람 왕승건(王僧虔)은 예서(隸書)를 아주 잘 쓰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아울러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 역시 유명하였다. 그의 친구가 이를 묘사해서 "계익수만 굴기자용 ( 戒益守滿 屈己自容 )" 이라고 하였다.
그 뜻은, 일을 하면서 너무 자기의 이익을 챙기는 것을 경계하고, 다른 사람에게 한 발 양보하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좋고 나쁘고 간에 자기와 이해관계가 없다면 무엇하려고 자기 고집을 피우겠는가? 어떤 때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조금 낮추는 것이 무방하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풀이한다면 왕승건은 "칼로 두부를 자르듯이 양면이 매끄러운 ( 刀切豆腐兩面光 )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의 황제였던 제나라 태조는 서예를 아주 좋아하였다. 태조는 자신의 서법에 대해 평소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서법으로 유명한 왕승건과 우열을 가리고 싶어 했다.
왕승건은 그 진퇴에 항상 여유를 둔 사람이지만, 글을 쓰는 데 열중하면 자신도 모르게 한 자 한 자 특별한 공을 들여 다 쓰고 나서야 흡족해하는 사람이었다.
왕승건이 흐뭇한 표정으로 자기의 작품을 보고 있는데, 태조가 자기의 작품과 그의 작품을 놓고 우열을 가리라고 명령하였다. 이 말을 들은 왕승건은 잠시 난감해져서 이리저리 궁리하기 시작하였다.
만약 자기 작품이 제일이라고 한다면, 황제의 면전에서 황제의 작품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런 말을 해서 황제의 노여움을 사 도움이 좋을 게 없었다.
그러나 반대로 황제의 작품이 낫다고 한다면, 이 역시 얼마 안 가 들통이 나고 말 것이다, 그러면 이 또한 황제를 속인 결과가 되어 뒤탈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결국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는 이리저리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다.
" 제가 보기엔 제가 쓴 것이 더 낫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쓰신 글도 저와 마찬가지로 제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태조는 얼굴이 붉어지도록 폭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 경은 말 그대로 똑똑하고 빈틈이 없는 사람이구려. 경은 과연 제 속셈을 잘 차린다고 할 만하구려 ( 卿可謂善自爲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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