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금한선 - 若噤寒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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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금한선 - 若噤寒蟬 ]

고사성어

by 우암 2024. 5. 18.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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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을 약 / 입 다물 금 / 찰 한 / 매미 선 )

자기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침묵으로 일관한다

< 출 전 > 후한서. 두밀전(杜密傳)

    후한 환제(桓帝) 때 두밀(杜密)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양성(陽城) 출신의 선비로서 성품이 온화하고 행동거지가 소박하여 사람들의 호감을 샀으며, 사도(司徒) 호광(胡廣)에게 인정받아 그의 추천으로 벼슬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북해태수 등 주로 지방관을 역임했는데, 법 적용을 엄격히 하고 백성들의 억울한 사정을 잘 어루만져 칭송을 받았으며, 유능한 인재를 보면 적극적으로 길을 열어 주었다.

    어느 해 봄, 관내 고밀현에 순시를 나갔다가 그곳 하급관리 한 사람이 아주 영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밀은 현령을 불러 넌지시 물었다.

    "젊은이가 일처리 하는 모양이 아주 시원시원하군.  이름이 뭐요?"

 

    "정현(鄭玄)이라고 합니다."

    " 어떤 사람이오?"

    " 학문을 좋아하여 한시도 책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고 합니다.  유망한 청년입니다."

 

    두밀은 정현을 곧바로 군의 고위직으로 불러올리는 한편 태학(太學)에 입학시켰다.  이에 감읍한 정현은 열심히 공부했고 나중에는 학자와 교육자로 명성을 떨쳤다.  이윽고 두밀은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 양성으로 낙향했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은 여전해서 무능한 관리나 부패한 탐관오리, 그리고 어질지 못한 선비를 자주 비판하곤 했다.

    이때 촉군 태수를 지낸 유승(劉勝)이란 사람도 나이 들어 은퇴하여 고향에 내려와 있었는데, 그는 두밀과 대조적으로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아무 관심도 없이 오로지 말년의 편안한 생활에 빠져 있었다.

 

    어느 날, 두밀이 양성태수와 만난 자리에서 다시금 정치 이야기를 꺼내자 듣기 싫어진 태수가 말머리를 슬쩍 돌렸다.

    "촉군의 유공은 참으로 인격자더군요  도무지 남을 비판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그분을 칭찬하지요"

 

    완곡한 표현이긴 하지만, 유승은 세상 비판이나 타인에 관한 험담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인격이 더욱 빛나고, 두밀은 그 반대여서 손해를 보는 쪽이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두밀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무릇 선비는 똑바로 뜨고 모든 사물을 바라봐야 하고, 정(正)과 사(邪), 선(善)과 악(惡)을 구분하여 세상이 바르게 굴러갈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오.  이 사람이 그동안 착하고 유능한 사람을 적극 추천하고 악하고 무능한 사람을 배제하는 일에 사정을 두지 않는 것은  오로지 나라를 걱정하기 때문이었소.

방금 태수께서 유공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그 사람은  "춥다고 입 다물고 있는 매미(若噤寒蟬)"와 같은 사람이지요. 자기의 무사안일만 소중히 생각하고 벼슬살이를 한 공인(公人)의 책임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한다면 그것이 죄가 되지 않으면 뭐가 죄가 된다는 말씀이오?  그런 태도가 선비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소?"

 

    온화한 목소리로 관리의 도리, 선비의 자세를 설파하는 두밀 앞에서 태수는 자기가 얕은 소견으로 실수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끄러움을 느낀 그는 즉시 두밀에게 사과하고, 그 때부터 진정으로 두밀을 존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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