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때의 수도 장안(長安)에 최고의 부자는 양숭의(楊崇義)였다. 그의 아내 유씨(劉氏)는 미모가 뛰어났는데, 인물값 하느라고 이웃집 아들 이엄(李弇)과 사통(私通)을 했다. 서로 정분이 두터워진 그들은 남편 양숭이를 죽일 모의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어느 날 양숭이가 잔뜩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자고 있었는데, 유씨와 이엄은 이때를 이용해 그를 살해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물이 말라 버린 우물 속에 묻어 버렸다. 안타깝게도 아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고, 당 앞의 횃대 위에 있던 앵무새만 유일하게 현장을 목격했다.
며칠이 지난 뒤, 유씨는 관청으로 달려가 남편이 며칠째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살해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진술했다. 이 일로 인해 혐의가 있는 사람들과 노복들 가운데 엄중한 심문을 받고 곤장을 맞은 사람이 백여 명이나 되었지만, 끝내 범인은 못 찾았다.
관청에서는 밤낮으로 범인을 잡으려 했으나 잡을 수가 없어 다시 양숭이 집을 수색했다. 그런데 갑자기 횃대 위에 있던 앵무새가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주인을 죽인 놈은 유씨와 이엄이다.( 殺家主者 劉氏李弇也 )"
깜짝 놀란 관리는 즉시 두 사람을 포박하여 감옥에 가두고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했다. 그 결과 사건은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었고 유씨와 이엄은 처형을 당하게 되었다.
이 놀라운 소식을 접한 현종(玄宗)은 앵무새를 '녹의사자'에 봉하고, 궁궐로 데리고 와서 길렀다고 한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