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끊어 뜻을 취하다"라는 뜻으로, 문장의 일부를 인용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본래의 의미와는 달리 자기 입장에 맞도록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 출 전 > 좌전 양공 10년
춘추시대 경대부(卿大不)들은 회의나 연회석상 같은 교제 장소에서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거나 태도를 암시하기 위해서 <시경> 중의 시구를 따다가 읊곤 하였다. 그때 인용되는 시 구절은 완전한 한 편의 작품은 아니고 시 중 일부분이기 때문에 단장(斷章)이라 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한 구절은 모두 다 자신의 심정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기에 이를 가리켜 "단장취의"라고 한 것이다.
<좌전 양공 10년>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진(晉)나라와 노(魯) 나라 등 10여 개 국가의 군대가 연합하여 진(秦)나라를 공격한 적이 있었다. 연합군이 경수(涇水)에 이르렀을 때 강을 건널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논의가 있었다. 이때 진(晉) 나라의 대부 숙향(叔向)이 노나라 경대부 숙손표(叔孫豹)를 찾아가서 그의 뜻을 물어더니 숙손표는 즉시 '포유고엽(匏有苦葉)' 이라고 말하였다. 이에 숙향은 그가 도강하는 쪽을 지지하는 줄 알아차리고 돌아와서 강을 건널 배를 준비하였다.
여기서 포유고엽은 <시경 폐풍>에 나오는 일종의 연예시다. 작품의 내용은 한 여인이 물가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정경을 묘사한 것이다. 이 시는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든 장은 4구절로 되어 있다. 첫 장의 4구는 다음과 같다.
박에는 마른 잎이 달려 있고
제수에는 깊은 나루가 있네
깊으면 옷 입은 채 건너고
얕으면 옷을 걷고 건너야지.
匏有苦葉 포유고엽
濟有深涉 제유심섭
深則瀝 심즉력
淺則偈 천즉게
뜻은 바로 물이 깊든 얕든 반드시 강을 건너오라는 것이다. 숙손표는 바로 첫 장의 첫 구절을 인용함으로써 반드시 강을 건너야 한다는 자신의 입장을 은연중에 표시한 것이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단장취의'는 처음에는 완전히 좋은 뜻으로 쓰여졌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 뜻이 변해서 한두 구절 따내다가 자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가리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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